<0002> 한끝 차이가 중요한 일본어 2

 "그 놈들은 사시미잖아."
 "아그들아, 사시미 몇 개 들고 오너라."

 영화를 보면 '사시미'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조직폭력배의 행동요원을 '사시미'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들이 흉기로 사용하는 기다란 칼을 '사시미'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본어 원어의 뜻은 무엇일까.

 '사시미(さしみ)'는 생선회라는 뜻이다. '오징어회'나 '참치회'처럼 특정한 회를 말할 때는 '사시(さし)'라고 줄인 말을 붙이기도 한다. 오징어는 일본어로 '이카(いか)', 오징어회는 '이카사시미(いかさしみ)' 혹은 '이카사시(いかさし)'. 참치는 일본어로 '마구로(まぐろ)', 참치회는 '마구로사시미(まぐろさしみ)', 혹은 '마구로사시(まぐろさし)'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회'로 먹는 것이 생선만은 아니다. 내가 일본에서 먹은 제일 엽기적인 음식 중의 하나는 '바사시(ばさし)'였다. 시뻘건 고기가 나오길래 우리나라 육회처럼 소고기를 날 것으로 먹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말고기 사시미였다. '바사시(ばさし)'의 바(ば, 馬)는 말을 뜻한다. (참고로 일본 큐슈(九州)지방의 쿠마모토(熊本)가 바사시(ばさし)로 아주 유명하다.)

 참고로 우리나라 육회가 일본에 상륙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소는 '우시(牛, うし)'라고 하니까 '우시사시미(うしさしみ)' 혹은 '우시사시(うしさし)'라고 해야 맞는 말인데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그냥 우리 발음 '육회'를 카타카나로 쓰고 '윳케(ユッケ)'라고 읽는다.

 일본의 사시미 문화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아보자.

 일본에서는 사시미를 크게 '시로미(白身, しろみ)'와 '아카미(赤身, あかみ)' 두 종류로 나눈다. 일본인들은 광어처럼 하얀 생선보다는 도미나 참치처럼 붉은 생선을 더 즐겨 먹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일본에서는 사시미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습관은 없으며 반드시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 먹는다.

 가끔 '사시미'가 생선초밥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생선초밥은 '스시(すし)'라고 말해야 한다.

[출처 : 일본문화평론가 김지룡]
Posted by 申東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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